복식디자인에서 색채계획이란 어떤 색을 어느 위치에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앞서 설명한 색채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을 복식디자인에 적용하되, 복식의 용도와 착용자의 개성을 고려하여 주색채(主色彩)를 결정한다. 주색채란 복식 전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색채를 말한다. 복식에서는 주색채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색의 결정도 매우 중요하다. 옷감 자체에 있는 무늬를 배색하는 것, 의복의 특정 부분에 다른 색채를 조화하는 것, 두 가지 이상의 의복을 코디네이트(coordinate) 하여 함께 착용하는 것, 액세서리를 사용하여 색의 변화를 주는 것 등과 같이 복식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색채의 배색과 각 색채를 어느 위치에 얼마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중요하다.
주색채를 결정하는 것은 복식의 색채계획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복식의 주색채는 기조색(基調色, base color)이라고도 하며, 두 가지 측면을 유의하여 결정한다.
첫째, 하나의 주색채가 의복 전체를 지배하여야 한다. 의복에서 여러 색채가 함께 사용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어느 한 색채가 넓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하여 주색채가 되도록 한다. 여러 색이 유사한 분량으로 사용되어 주색채가 뚜렷이 부각되지 못하는 경우 색채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색채로 만든다. 스커트와 블라우스같이 유사한 면적을 가진 상 하의가 각자 다른 색채일 때는 스카프나 모자 등의 액세서리를 이용해 둘 중 하나의 색채가 뚜렷이 넓은 면적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따라 주색채를 결정한다.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의 색채들이 배색에서 사용될 수 있으나 의복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는 주색채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난색 계열의 색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하고, 다른 느낌의 색이 적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하여 전체적으로 따뜻한 이미지로 표현하도록 한다.
주색채를 효과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 색채가 복식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색상, 명도, 채도 및 톤(tone)에 따라 이해해야 한다.
색채는 색상에 따라 온도감, 면적감, 운동감 등에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색의 기운이 강할수록 커지므로 순색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채도가 낮아질수록 약해진다. 색상에 따른 차이를 잘 이해하면 적합한 색채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
온도감
온도감은 색상에 따른 느낌의 차이 중 가장 강하고 공통적이다. 일반적으로 빨강, 주황, 노랑은 난색(暖色)으로 초록, 파랑, 남색은 한색(寒色)으로 구분한다. 난색과 한색을 색상환상에서 구분할 때는 노랑과 보라를 잇는 가상의 선을 축으로 반으로 나눠진다. 빨강과 주황이 가장 따뜻한 느낌을, 청록이 가장 찬 느낌을 준다. 색상으로부터 느끼는 온도감은 인간이 자연에서 받는 느낌과 동일하다. 태양, 불 등의 붉은색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얼음, 물, 하늘 등 푸른색은 차게 느껴진다.
보라와 노랑은 난색과 한색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 중성적인 온도감을 가진다. 하지만 함께 사용되는 색에 따라 상대적으로 따뜻하거나 차갑게 느껴진다. 동일한 보라색이라도 빨강과 함께 사용되면 차갑게 느껴지고, 파랑과 함께 사용되면 따뜻하게 느껴진다.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온도감은 상대적이다. 같은 한색 계열이라도 녹색은 파랑보다 따뜻하게 느껴지고, 같은 난색 계열이라도 빨강은 주황보다 차게 느껴진다. 이러한 색상의 온도감은 채도가 낮아져 색의 기운이 약해지면 함께 약해지며, 무채색에 가까워질수록 온도감이 사라진다.
사람들이 갖는 색상에 대한 온도감은 공통적이고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방을 각각 한색과 난색의 방으로 만든 후 각 방에서 동일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방 안의 온도를 서서히 내린 실험이 있었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온도는 난색으로 칠한 방이 한색으로 칠한 방보다 4~5도 낮았다. 바꾸어 말하면 난색의 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색의 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추위를 덜 느꼈다는 결과이다.
색채의 온도감은 색채를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난색계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향적이며,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사회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반면에, 한색계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내성적이고, 지적이며,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으며, 자기표현에 소극적이다. 우울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난색의 옷을 입힘으로써 이미지를 밝게 변화시키고 착용자의 심리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산만하고 충동적인 사람에게 한색의 옷을 입힘으로써 침착하고 차분함을 갖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색채의 온도감과 성격특성의 관계를 역으로 활용하면, 복식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나 개성에 따라 난색 계열 또는 한색 계열을 선택할 수 있다. 난색 계열은 강렬하고, 진취적이고, 발랄하고, 감정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고, 반면에 한색 계열은 보수적이고,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고, 지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한색 계열이 보수적이고 사무적인 복식에 흔히 사용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면적감
색상에 따라 동일한 면적이라도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데, 이를 면적감(extens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난색 계열은 면적감이 커서 체형을 커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낸다. 반면에 한색 계열은 면적감이 적어서 체형이 축소되어 보이는 착시효과를 낸다.
괴테는 색상별로 노랑 : 주황 : 빨강 : 보라 : 파랑 : 녹색의 면적감을 9 : 8 : 6 : 3 : 4 : 6으로 제시하였다. 노랑의 면적감이 가장 큰 9의 힘을 갖고, 다음으로 주황이 8의 힘을 갖는다. 반면에, 보라와 파랑은 각각 3과 4의 힘을 가져 면적감이 가장 적고, 빨강과 녹색은 중간 정도의 6으로 동일한 힘을 갖는다. 괴테가 제시한 면적감은 각 색상이 순색일 때 명도단계와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고 채도인 순색의 명도를 보면 노란색이 가장 고명도이고, 보라색이 가장 저명도이며, 빨강과 녹색은 중간 명도에서 최고 채도에 이른다.
▲ 색상의 면적감에 따른 색상환의 재구성 :
각 색상이 갖는 면적감과 반대로 구성되었을 때 시각적 힘이 같게 보인다.
이러한 면적감은 모두 순색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명도와 채도가 달라지면 면적감도 변하게 된다. 색상의 면적감은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한 옷감에서 함께 조화시킬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적감을 이용하여 노랑의 면적을 3, 보라의 면적을 9의 비율로 구성하면 두 색이 같은 힘으로 우리에게 느껴질 수 있다.
운동감
색상에 따라 운동감(movement)의 차이가 있다. 운동감에는 앞으로 다가오는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전진색과 뒤로 후퇴하는 듯한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후퇴색이 있다. 전진색은 일반적으로 난색계통의 색상으로 특히 채도가 높을 때 강하며, 반대로 후퇴색은 주로 한색계통의 색상이다.
색상의 운동감은 면적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켜 전진색은 체형이 확대되어 보이게 하며, 후퇴색은 체형이 축소되어 보이게 한다. 그러나 같은 색상이라도 명도나 채도에 따라 운동감이 달라지므로, 색상만으로 운동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운동감도 상대적이라서 같은 한색이라도 밝은 남색은 하늘색에 비하여 전진적으로 보인다.
색채는 명도에 따라 중량감, 면적감, 이미지(느낌)에 차이를 보이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고려하여 주색채의 명도를 선택해야 한다.
중량감
색채에 따라 느껴지는 중량감이 다르다. 중량감은 명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명도가 낮아 어두운 색채는 무겁게 보이며, 명도가 높아 밝은 색채는 가벼워 보인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장중한(莊重하다, 씩씩하고 웅장하며 위엄있고 엄숙하며 무게가 있다) 복식에는 저명도를, 밝고 가벼운 이미지의 복식에는 고명도를 사용한다.
면적감
체형을 확대, 또는 축소되어 보이도록 하는 착시현상은 색상의 면적감이나 운동감의 영향을 받는다. 면적감은 명도에 의하여 가장 많이 지배된다. 일반적으로 의복의 명도가 높으면 체형이 확대되어 보이고, 명도가 낮으면 체형이 축소되어 보인다.
그러나 체형이 평균보다 큰 사람이 명도가 매우 낮은 색채나, 검은색 의복을 착용하면 오히려 체형을 강조하는 효과가 난다. 그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저명도가 주는 중량감과 더불어 배경과 체형의 큰 명도차로 체형의 윤곽선이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주변의 명도는 평균적으로 중간 정도이기 때문에 검은색 옷은 윤곽선을 뚜렷하게 보이며 오히려 체형을 강조한다.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을 때 다리 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복식디자인의 채도
복식디자인에서는 이미지, 분위기, 개성 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채의 3속성 중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속성이 채도이다. 새빨강(매우빨간) 새파랑(매우파란) 은 색상은 전혀 다르지만 주는 느낌은 비슷하다. 검정, 회색, 흰색도 명도는 각각 다르지만 채도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같은 분위기를 가진다. 그러나 초록과 카키색은 색상이 같고 명도도 유사하지만, 다른 채도로 인해 색채가 주는 이미지가 전혀 달라진다. 이러한 채도의 특성 때문에 주색채의 채도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채도에 따라 색채의 느낌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색채에 대한 기호가 채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채도의 빨강, 초록, 파랑 등 고채도 색상 대부분을 모두 선호하고, 반면에 저채도의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채도의 빨강, 초록 등 저채도의 대부분을 모두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유행 변화에서도 고채도가 유행할 때는 여러 색상의 비비드 톤(vivid tone)이 생산되며, 파스텔 톤(pastel tone)이 유행할 때는 여러 종류의 파스텔 톤이 생산된다.
색채와 복식 이미지
이상의 3속성이 모두 합쳐져서 특정한 색채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색채 이미지는 매우 다양한데, 내향성-외향성 등의 성격특성, 젊은-성숙한 등의 연령 특성 등 착용자 특성과 관련된 이미지를 표현한다.
계절감도 색채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이는 주로 자연의 변화를 근거로 형성된다. 새싹의 연두색과 각종 꽃이 보여주는 봄의 이미지, 짙푸른 녹음과 강한 햇살 푸른 바다색이 전하는 여름의 이미지, 높고 푸른 하늘과 단풍색, 낙엽의 쓸쓸함이 주는 가을의 이미지 등 재질 특성과 색채의 계절감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복식디자인에도 계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계절의 자연색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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