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책상과 철로 만든 책상은 비록 형태가 같아도 시각적, 촉각적, 청각적, 후각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복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같은 디자인이라도 옷감의 재질에 따라 디자인 효과에 차이가 난다. 재질은 선, 색채와 함께 디자인을 구성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디자인선은 재질(옷감)을 통하여 구체화하고 가시화된다.
재질은 현대 복식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개성 있는 제품, 구별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량생산에 의하여 비록 스타일은 유사하고 단순해졌으나, 다양한 재질감을 통하여 개성이나 구별력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유행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재질의 특성은 섬유에서부터 최종 가공단계에 이르기까지 생산의 모든 단계의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섬유의 성질, 실의 구조, 옷감의 조직, 가공 등에 의하여 재질의 특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옷감이 만들어진 이후에 의복의 구성과정에서 재질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경우도 있다.
옷감은 섬유에서 시작하여 실의 단계를 거쳐 옷감으로 짜인다. 옷감의 재질은 원료인 섬유의 성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섬유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소비자가 지각하는 섬유에 대한 재질감의 차이는 대체로 양모, 견, 면, 마, 합성섬유 정도로 나눈다.
양모 섬유는 신축성과 탄성이 높다. 그 때문에 양모로 만들어진 옷감은 구김이 덜 가고 형체 안정성이 높다. 열과 습기를 압력과 함께 가하면 형체가 잘 만들어지고, 형체가 쉽게 풀어지지 않으므로 옷감 자체로 형태(form)를 만드는 디자인에 유용하다. 또한 양모 직물은 일반적으로 빛을 흡수하여 침착하고 깊이 있는 색채를 표현해 품위 있어 보인다.
견섬유는 필라멘트사로 되어있다. 견섬유로 만들어진 견직물은 특유의 부드러운 광택과 손맛을 주며,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섬유의 여왕으로 자리해 왔다. 친수성 섬유로 폴리에스테르 직물이 주는 찬 느낌과 다르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마섬유는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마직물의 이러한 특성은 마섬유의 낮은 유연성과 낮은 열전도율 때문이다.
면섬유는 부드럽고 흡습성이 강하지만 견이나 마에 비하여 광택이 적다. 면직물은 실의 구조와 조직에 따라 재질의 차이가 크다. 같은 면직물이지만 두꺼운 데님(denim)에서부터 앏고 비치는 오간디(organdy), 표면을 기모 시킨 융 등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면직물은 시원함, 부드러운, 흡습력, 세척성 때문에 여름 옷감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합성섬유는 인간의 증가하는 섬유의 수요를 충족시킨다. 또한 천연섬유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물성으로 우리의 의생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정된 생산량을 가진 천연섬유를 합성섬유와 혼방하여 공급량도 늘리고, 천연섬유의 물리적 성질도 보완하여 사용하고 있다. 합성섬유 직물은 가볍고, 질기며, 세탁 후에 줄어들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열가소성이 높아 섬유의 융점보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 형태를 변형하면 세탁이나 다림질에도 형태가 변화하지 않는다. 이러한 열처리 방법(heat set)을 이용하여 표면에 잔주름을 잡은 옷감이 많이 사용된다.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와 흡사하게 개발된 것이다. 아크릴은 양모와, 폴리에스테르는 견과, 레이온은 면과 유사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러나 섬유의 성질이 다르므로 재질감에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섬유의 성질은 옷감의 재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같은 섬유도 만들어진 실이라도 실의 굵기와 꼬임에 따라 짜이는 옷감의 재질이 달라진다. 실이 굵으면 옷감이 두꺼워지고, 실이 가늘면 옷감이 얇아진다. 실의 꼬임이 적으면 옷감의 표면이 매끈하고 광택이 많으며, 반대로 꼬임이 많으면 표면이 비교적 덜 매끈하다. 또한 굵기의 일관성도 영향을 미친다. 홈스펀(home spun) 모직물의 독특한 재질감은 실 굵기의 불규칙성에 의한 것이며, 마직물에서는 이음새에서 나타나는 불규칙한 굵기가 특유의 독특한 재질감을 만든다.
또한 방직사와 필라멘트사의 차이에 의해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합성섬유는 필라멘트사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광택이 강하고 촉감이나 쾌적감이 좋지 않다. 따라서 필라멘트사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방적사로 만들어 직조하기도 한다. 또한 필라멘트사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의 형태에 변화를 주어 방적사와 같은 재질을 만드는데 이것을 텍스처사(textured yarn)라고 부른다.
실로 옷감을 짜는 방법에 따라 재질이 달라진다. 옷감은 크게 나누어 날실과 씨실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시켜 만드는 직물(woven fabric), 한 올 또는 여러 올의 실을 고리를 만들어 서로 엮는 편성물(knit), 여러 올의 실을 서로 매거나 엮어서 만든 레이스(lace)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직물은 날실과 씨실의 교차 방법에 따라 표면에 다양한 형태의 결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재질이 형성된다. 편성물은 직물에 비하여 유연하고, 구김이 덜 진다. 레이스는 성글며 무늬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강도는 높지 못하다.
그 밖에 실의 단계를 거치치 않고, 섬유에서 직접 옷감으로 만들어지는 펠트(felt)나 부직포(non-woven fabric), 그리고 동물에게서 얻는 가죽이 있다.
옷감이 짜인 후에 진행하는 여러 가지 가공은 옷감의 특성뿐만 아니라 옷감의 외형이나 재질감도 변화시킨다. 기모나 방수 가공은 표면에 질감을 변화시킨다. 수지가공은 직접 눈에 보이지 않으나 가공하지 않은 옷감에 비하여 표면이 매끄럽고 구김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유연성이 줄어들고 조금 빳빳해진다.
엠보싱(embossing)가공은 직물을 요철 무늬가 있는 엠보싱 캘린더로 다려 가공한 것이며, 플리세(plisse) 가공은 직물이 화학약품에 의하여 수축하는 성질을 이용해 표면을 오돌토돌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가공법은 모두 옷감의 재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변화시킨 재질은 재질의 대비효과를 줄 때 유용하다. 새로운 가공 기술에 의한 새로운 재질감이 유행의 중심을 이루기도 한다. 청바지를 낡아 보이게 하는 스톤 워시(stone wash) 기술의 개발로 오래 입은 듯한(worn look) 청바지가 유행한 것이 그 예시이다.
의복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재질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우선 구조적 디자인 측면에서 마름질(옷본을 놓고 치수에 맞추어 옷감을 자르는 일) 방향에 따른 유연성의 차이를 들 수 있다. 같은 직물이라도 식서 방향으로 마름질하는 경우보다 바이어스(bias) 방향으로 마름질하면 유연성이 커져서 부드럽고 우아한 효과를 만든다.
장식적 디자인을 통한 재질의 변화도 많이 사용된다. 봉재 과정에서 핀턱(pin tuck), 퀼팅(quilting), 스모킹(smocking), 셔링(shirring)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표면을 장식하면 평범한 재질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봉제 후 자수를 놓거나, 비즈(beads), 스펭글(spangle), 단추(button) 등으로 표면을 장식하여 재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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