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거의 본능적으로 균형(balance)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회화, 건축, 조형물등을 통해 미를 표현하고자 할 때 균형감은 필수적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궁극적으로 조화에 이를 수 있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바로 디자인 요소이므로, 균형감은 디자인 요소인 선, 색채, 재질을 유효 적절히 활용하여 얻을 수 있다.
균형감 있는 디자인을 위해서는 균형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각 디자인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균형이란 중심선을 기준으로 양쪽에 동일한 양의 힘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시각적으로 균형을 이룬 상태란 같은 양의 눈을 끄는 힘이 양쪽에 있는 상태이며, 사람들은 균형된 상태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균형은 중심이 되는 선의 방향에 따라서 수평적 균형(horizontal balance)과 수직적 균형(vertical balance)으로 나누어 진다.
수평적 균형은 중심선을 세로방향으로 놓았을 때, 중심선의 좌우 양쪽에 같은 힘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조형디자인에서는 수평적 균형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균형이라 할 때는 수평적 균형을 말한다. 복시디자인에서 추구하는 균형의 원리도 수평적 균형을 의미한다.
수직적 균형은 중심선을 가로방향으로 놓았을 때, 중심선의 상하 양쪽에 같은 힘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조형 디자인에서 수직적 균형은 수평적 균형보다 덜 중요시된다. 그 이유는 수직적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느껴지는 불균형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하의 균형을 이루는 것보다 아래를 무겁게 만들어 무게의 중심을 낮주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복식디자인에서도 아래쪽을 무겁게 함으로써 안정감을 추구하거나, 또는 반대로 아래를 가볍게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불안정감을 주어 스포티한 느낌을 표현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균형감은 중심선 좌우에 같은 양의 시각적 힘이 존재하여 미적 균형(aesthetic balance)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얻을 수 있다. 미적 균형은 좌우가 동일할 때 물론 이루어지지만, 좌우가 동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루어지는데, 전자를 대칭균형(formal balance 또는 symmetrical balance)이라 하고, 후자를 비대칭균형(informal balance 또는 asymmetrical balance)이라 부른다.
대칭균형은 디자인 요소가 중심선 좌우에 같은 힘, 같은 양, 같은 위치에 있게 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균형을 이루므로 대칭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비대칭균형은 좌우에 있는 디자인 요소의 힘, 양, 위치 등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눈을 끄는 힘이 같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비대칭균형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비대칭 상태에서 나타나는 균형감은 독특한 미적 효과를 낸다.
시각적 균형의 방법
균형은 중심으로부터 좌우 양쪽에 동일한 힘이 있을 때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때 말하는 힘이란 시각적 무게로 미적 무게(aesthetic weight), 눈을 끄는 힘(attraction force), 균형을 이루는 힘(balancing power), 질량감(density)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시각적 힘은 디자인 요소인 선, 색채, 재질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즉 디자인 요소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어느 위치에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시각적 힘이 달라지게 되는 것 이다.
복식에 나타나는 선은 크게 실루엣 선과 실루엣 안의 선으로 나눌 수 있다. 힘을 느끼게 하는 선은 실루엣 안에 있는 선들로 주로 디테일선, 솔기선, 주름선, 장식선 등이 있다. 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각적 힘은 선의 존재 여부, 선의 성격의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의복에는 색채, 재질, 실루엣선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나 실루엣 안의 선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루엣 안의 선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선에 의한 시각적 힘이 없으며, 디테일 등에 의한 선이 있는 경우에 이 선에 의한 시각적 힘이 생긴다. 따라서 우선 선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선에 의한 시각적 힘이 결정되며, 선이 존재한다면 경우 그 선의 성격에 따라 시각적 힘의 크기가 결정된다.
복식디자인에서 선은 대부분 형태의 일부를 이루기 때문에 선의 성격에 따라 형의 성격도 결정된다. 특이한 선이나 특이한 형은 평범한 선이나 평범한 형에 비하여 시각적 힘이 클 수 밖에 없다. 즉, 특이한 선이나 형은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힘이 강하고 따라서 균형을 이루는 힘이 크다. 시각적 힘이 큰 특이한 형은 면적이 작더라도 강한 힘을 갖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가진 평이한 형과 균형을 이룬다.
색채의 시각적 힘은 각 색이 갖고 있는 색상, 명도, 채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배경색과의 대비 정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난색이 한색에 비해 큰 힘을 갖는다. 그 이유는 난색이 갖는 팽창효과, 전진효과 등의 특징 때문이다. 그러나 색상의 효과는 채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난색이라도 채도가 낮다면 난색의 효과가 강하지 못하게 되고 동시에 시각적 힘이 약해진다. 따라서 저채도의 난색은 고채도의 한색보다 약한 힘을 갖는다. 또한 배경색과 색상대비가 클 때는 시각적 힘이 강해지고, 색상대비가 적을 때는 시각적 힘이 약해진다.
일반적으로 고명도의 색채는 큰 힘을 가지고 우리의 눈을 끈다. 고명도는 시각적 힘이 매우 강하며, 명도가 낮아질수록 시각적 힘은 점차 약해진다. 또한 명도단계 뿐만 아니라 명도대비 정도도 중요한데, 배경색과 명도대비가 강할 때는 눈길을 강하게 끌게 되므로 시각적 힘이 강해지고, 명도대비가 약할 때는 시각적 힘도 약해진다.
모든 색채는 채도가 높을수록 시각적 힘이 강해지며, 순색에서 가장 강하다. 채도는 색상이나 명도보다 영향력이 크다. 순색의 경우에는 색상이나 명도에 관계없이 강한 시각적 힘을 갖는다.
채도가 낮아질수록 시각적 힘은 점차 약해지며, 무채색에 다다르면 가장 약해진다. 그러나 무채색 중 흰색이나 검은색은 명도의 특성 때문에 시각적힘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중명도의 무채색이 시각적 무게가 가장 낮게 된다.
재질도 선, 색채와 마찬가지이다. 평범하고 특징이 없는 재질의 경우 시각적 힘이 약하고, 반면에 특이함과 장식성이 커질수록 시각적 힘이 강해진다. 특히 광택이 있는 재질은 강한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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