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주위에서 보는 모든 물체는 색채를 가지고 있다. 색채에 대한 사람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쉽게 인식하며 또한 오래 기억한다. 색채는 복식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아이디어와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동시에 색채는 소비자에게 구매 의사 결정 시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 특성이다. 복식디자인 과정에서 색채의 선택은 착용자, 환경, 용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주색채(主色彩)의 선택과 더불어 배색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색채는 광선이 눈을 통하여 들어와 뇌에서 지각되는 것이다. 색채의 근원은 광선이라 할 수 있으며, 광선은 태양이나 전등과 같은 광원(光源)으로부터 직접 오기도 하고, 물체의 표면에 반사되어 오기도 한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광선은 시신경과 뇌를 거치면서 파장에 따라 수많은 색채를 지각하게 되며, 또한 심리적인 작용에 의하여 주관적인 판단도 내린다. 그러므로 색채의 개념은 물리적인 면, 생리적인 면, 심리적인 면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물체의 색채는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광원의 특성으로 결정된다.
색채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자극은 가시광선이다. 가시광선은 광대한 빛의 극히 일부이다. 태양 광선에는 진폭과 파장이 다른 무수한 광파가 흐르는데, 분류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는 대체로 대략 760nm에서 380nm 사이이다. 760nm보다 긴 파장에는 자외선, 전파, 적외선 등이 있으며, 380nm보다 짧은 파장은 감마선, 자외선, X선 등이 있다.
뉴턴(Sir Issac Newton : 1642~1727)은 1666년 분광 실험(빛을 분해하는 실험)에서 프리즘(빛을 굴절, 분산시키는 광학 도구로 유리와 같은 투명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을 통하여 백색의 태양광선을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일련의 색채 띠로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빛의 파장에 따라서 굴절하는 각도가 다르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인데, 프리즘을 통하여 들어온 백색의 광선은 빨간색부터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녹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까지 이어지는 수없이 많은 색채로 분리된다. 이 색채들은 항상 같은 순서로 배열되는데, 물리학자들은 이를 각 색채가 갖는 파장의 길이에 따른 에너지양의 차이로 설명한다. 색채 이름은 편의상 나누었을 뿐 실제 스펙트럼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무수히 많은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
색채별 파장의 길이
색채 | 파장(단위 : nm) | 색채 | 파장(단위 : nm) |
빨강 | 630~760 | 초록 | 490~560 |
주황 | 590~630 | 남색 | 450~490 |
노랑 | 560~590 | 보라 | 390~450 |
모든 색채가 합쳐진 백색의 광선이 물체의 표면에 닿으면 특정한 파장의 광선만 반사되고 나머지는 모두 물체에 흡수된다. 이때 우리는 물체에서 반사된 광선의 파장에 따라 물체의 색채를 지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파란색 옷감은 파란색을 제외한 모든 색채를 흡수하고 파란색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파란색으로 보이게 된다. 흰색은 빛을 다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고, 반대로 검은색은 모든 빛을 다 흡수하여 반사되는 광선이 없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그 밖에도 비누 거품이나 물 위에 뜬 기름에서 볼 수 있는 간접 색, 금속색 등이 있지만 이것들은 특수한 경우의 표면색이다.
물체의 색채는 광원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게 보인다. 이유는 각 광원이 조금씩 다른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태양광선이라도 방향에 따라서, 또는 하루 중의 시간에 따라서 색의 분포가 달라진다. 그 예로 햇볕에서 초록색으로 보이던 잎이 그늘에서는 청록색으로 보이고, 붉은 기의 보라색 꽃이 저녁이 되면서 푸른 기의 보라색으로 보이는 것 등을 볼 수 있다.
백열등이나 형광등과 같은 전등은 태양광선과 다른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명에 따라 물체의 색채가 약간씩 다르게 보인다. 백열등은 태양광선에 비해 빨강과 노랑 등의 난색이 강하고 남색과 보라 등의 한색이 약하다. 그래서 백열등 조명에 아래에서는 색채들이 실제보다 파장이 길어 보이고 따뜻한 기운을 띄게 된다. 반면에 형광등의 스펙트럼은 한색을 많이 갖고 있어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는 물체의 색채가 파장이 짧은 보라색 쪽으로 약간 이동하여 보이고 차가운 기운을 띄게 된다.
요즘에는 태양광선과 상당히 유사한 스펙트럼의 조명이 개발되어 백화점, 디자인실, 직물 공장 등 색채가 중요한 곳에서 사용한다.
색자극은 색감각을 거치면서 색지각(色知覺)을 가진다.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광선인 색자극은 시신경을 자극하여 색감각을 가지며, 시각세포의 흥분이 대뇌의 시중추에서 혼합되고 판단되어 색지각을 가진다. 색감각은 색자극이 망막에 있는 적, 청, 녹의 시각세포를 자극하여 생기는 것으로, 주위의 다른 지각적 요소의 영향이 배제된 오로지 색만의 감각이지만,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색지각(perceived color)은 문화적 착시, 생리적 착시 등을 동반하는 판단에 의한 인지다.
색자극이 눈에 닿으면 감각 반응은 0.05~0.2초 사이에 최고가 되며, 이것이 지나면 바로 저하하여 일정한 수준으로 안정된다.
위의 그림을 보면, ㄱ의 위치에서 색자극이 시작되면 ㄴ의 위치에서부터 감각의 흥분은 상승하고, ㄷ의 점에서 최고에 달한다. 그리고 바로 저하하여 ㄹ의 위치에서 안정된다. ㅁ의 위치에서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감각은 ㅂ까지 계속되고 그 후 급격히 저하하여 ㅅ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이때 ㅁ에서 ㅂ 사이에 나타나는 감각의 잔존현상을 잔상(after image)이라고 한다.
자극에서 최고 감각에 이르는 시간은 빛의 파장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이 가장 짧으며, 파장이 짧아질수록 길어진다. 위험을 알리는 표지나 정시 신호 등에 빨간색이 사용되는 것에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색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색은 항상 다른 색과 더불어 존재하며, 인접한 색이 색 지각의 영향을 미친다. 대비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나란히 놓았을 때 그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현상을 말하며 색상에서 대비현상은 명도 대비, 채도 대비, 색상 대비에서 모두 나타난다.
명도 대비현상은 색채의 명도가 배경색 또는 인접한 색의 명도 영향으로 인해 이와 대비되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위 그림의 중앙에 있는 두 초록색은 동일한 초록색이지만, 고명도의 흰색과 함께 있을 때는 어둡게 보이고, 저명도의 검은색과 있을 때는 밝게 보인다. 배경색의 명도와 대비되는 명도로 보이는 것이다.
채도 대비도 마찬가지이다. 주위가 고채도일 때에는 채도가 낮아 보이고, 주위가 저채도일 때에는 채도가 높은 선명한 색채로 보인다. 이러한 대비효과는 배경색의 면적이 클수록, 중심 색의 크기가 작을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색상대비는 이중 시각에 따라 배경색의 보색이 합쳐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중 시각이란 한 색채를 보면서 그 색채의 보색을 함께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빨간색을 보면서 빨간색의 보색인 초록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이다. 예로 빨강과 초록이 나란히 함께 있다고 하자. 이때 빨간색의 이중 시각으로 경험하는 초록색과 실제로 존재하는 초록이 합쳐져 빨간색 옆의 초록색이 더욱 강하게 지각된다. 따라서 보색끼리 인접해 있을 때는 색상이 더 강하게 보이고, 보색이 아닌 색끼리 인접해 있을 때는 마치 보색 기운을 갖고 있는 색채로 보이게 된다. 위의 그림 가운데에 위치한 보라색 사각형은 동일한 색채임에도 배경색이 남색일 때는 남색의 보색인 주황색이 합쳐져 붉은 보라색으로 보이고, 배경색이 주황색일 때는 주황색의 보색인 남색이 합쳐져 푸른 보라색으로 보인다. 색상 대비효과는 채도가 강할수록 뚜렷이 드러난다.
위 색상환 그림을 보면 설명한 효과들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명도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명도인 노란색에 접한 면들은 저명도로 짙게 보이고, 저명도인 보라색에 접한 면들은 고명도로 밝게 보인다.
이러한 대비현상들은 두 색 사이의 간격이 존재해도 나타나지만, 간격이 넓어질수록 감소한다. 복식디자인에서는 특히 피부색과 복식과의 관계와 복식 색과 액세서리 색상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채는 생리적으로 지각될 뿐 아니라 뇌를 거치는 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감정적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색채가 갖는 심리적인 면이다. 파란색 원피스를 보았을 때 단순히 파란색 원피스라는 지각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나 바다를 연상하고,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며, 파란색을 선호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다.
색채는 연상을 통하여 느낌이 생기게 되며 연상은 상징으로부터 일어난다. 색채의 상징적 기능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서적 반응(emotional reaction)의 기능과,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과 관련지어 적용하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의 기능이 있다.
색채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개인의 경험, 개인이 소속한 사회 문화적 배경, 또는 거주하는 곳의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게 된다. 많은 사람의 보편적 정서 반응은 사회적 규범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상징의 정서적, 사회적 두 가지 측면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예를 들어 피의 붉은색이나 불의 붉은색의 경험은 공통으로 붉은색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형성한다. 이러한 반응은 사회적 규범으로 이어져 위험을 나타내는 표지판에 붉은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붉은색은 2002년 월드컵의 경험으로 정서적으로 한국 축구팀의 응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경험과 문화가 다를 때는 색채에 대한 상징적 의미에 차이가 생긴다. 검은색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생명의 뜻을 지닌 색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어둠에서 새 아침이 밝아오는 것으로부터 얻어진 정서적 반응의 결과였다. 그러나 16세기 영국 왕실에서 상중에 검은색 옷을 착용한 것이 기원이 되어 현재까지 서양에서는 검은색이 상(喪, 죽음)을 상징하고 슬픔을 표시하는 색채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흰색이 상을 상징한 것과 비교해 보면 색의 상징성에 대한 문화적 상대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색채의 상징적 기능을 이용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국기의 색채로 국가의 이념을 표시하거나, 기업의 로고(logo)에 색채의 상징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색채의 상징성은 개인의 생각과 마음이 합쳐져 연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같은 색채라도 개인의 경험, 지식, 기억, 문화적 배경, 성별, 나이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연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붉은 색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정열이라는 추상적 연상을, 어떤 사람은 사과 또는 불이라는 구체적 연상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색에 의한 연상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색채와 연상의 내용을 규정하여 기억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징에 의한 연상은 경우에 따라 강한 힘으로 작용하고, 문화권에 따라서 특정 색채의 유행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문화권마다 색채에 대한 관습이 있다. 동시에 각 개인도 색채에 대한 관습과 기호(preference)가 있다.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에 의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보통 후천적인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문화적, 환경적 영향에 의하여 형성된다. 개인의 색채 취향은 성별, 역할, 나이, 사회 경제적 지위, 교육 정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크게는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각 민족의 공통적인 색채 기호는 민속 복식에 잘 나타난다.
또한 자연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아 주위에서 많이 접하는 친밀한 색채에 대한 선호 감정을 갖는다. 강렬한 태양과 원색의 식물이 많은 열대지방에서는 고채도 색채에 대한 기호가 높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지역에서는 간색의 기호가 높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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