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디자인의 개념과 목표
복식디자인은 다른 일반 조형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조화를 통한 미의 표현이라는 목표를 가진다. 하지만 복식디자인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 존재한다. 첫 번째 특징은 복식디자인의 목표는 복식이 아니라 착용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복식디자인의 질(quality)은 착용자의 상황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두 번째 특징은 복식에 표현되는 미의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복식 디자인은 시간을 포함하는 4차원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복식디자인의 목표는 이러한 특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설정되어야 하며,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복식디자인의 특징이 항상 고려되어야 한다.
1. 복식디자인의 개념
복식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반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복식디자인이 다른 조형 디자인과 비교하여 어떤 특이점을 갖는지 알아야 한다.
(1) 디자인의 범주
디자인(design)이란 원래 라틴어로 '표시한다', '기호로 나타낸다'라는 뜻을 갖는 'designare'에서 나온 영어로, 외래어로 받아들여져 우리말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조형물의 설계 또는 계획과정을 디자인이라고 말하며, 디자인은 조형물과 인간의 관계 유형과 조형물에 대한 인간의 반응 유형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다.
물체와 인간과의 관계에 따른 유형 분류
디자인은 제작된 조형물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물체와 물체 관계 중심 디자인
물체와 물체의 관계를 중심으로 디자인된 조형물(물체)의 최종 형태는 다른 물체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주로 기계설계에 적용되는데, 기계의 각 부분의 형태가 다른 부분의 형태로 인하여 결정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디자이너는 두 물체 사이의 관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공학지식과 기술을 활용한다.
인간과 인간관계 중심 디자인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조형물의 디자이너와 조형물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정신적 교감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이다. 회화나 조각 등 순수 예술이 대표적으로 이 범주에 속한다. 조형물의 물리적 기능과 특성보다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세계가 중요시되며, 조형물을 보는 사람도 표면적 특성이 아닌 디자이너의 정신세계를 보려고 한다. 이때 조형물은 인간과 인간과의 정신적 교류를 위한 매체에 불과하며, 디자인의 최종 목표는 디자이너 본인의 정신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복식디자인 중에서도 착용을 목적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디자이너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예술 의상(art-to-wear)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복식의 실용적 기능보다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의 정신세계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이때 복식은 이를 위한 매체로 사용된다.
물체와 인간관계 중심 디자인
물체와 인간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조형물의 형태, 색채 등 물리적 특성이 조형물을 사용할 인간의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 조형물이 미적 목적과 실용적 목적을 함께 갖는 물체일 때 이러한 디자인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신체적 요구와 사회심리적 요구에 맞추어 조형물이 미적, 실용적 가치를 모두 갖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복식을 비롯하여 가구, 주택, 가전제품, 자동차 등 대부분의 소비재 디자인이 인간과 물체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이다. 복식 디자인에서도 특수 기능복, 운동복 등은 인간공학적 접근을 통하여 신체적 요구가 충족되도록 디자인하고, 미적 표현을 통해 사회심리적 요구도 충족되도록 디자인한다.
넓은 의미에서 디자인은 위의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좁은 의미에서 디자인은 주로 세 번째 인간과 물체와의 관계에 의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조형물에 대한 반응유형에 따른 분류
디자인은 조형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자극의 종류, 즉 조형물에 의한 사람들의 반응 내용에 따라 감각 디자인(sensory design)과 행동 디자인(behavioral design)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감각 디자인
감각 디자인은 조형물이 사람에게 주는 감각적 자극에 대한 계획이다. 감각적 반응의 종류에 따라 시각 디자인, 촉각 디자인, 청각 디자인, 미각 디자인, 후각 디자인이 있으며, 많은 경우 두 가지 이상의 감각적 자극으로 복합적인 디자인이 이루어진다.
복식 디자인의 경우 시각 디자인이 위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질감에 대한 촉각 디자인도 중요시되며, 향이 나는 직물을 이용한 후각 디자인, 때에 따라서는 착용하고 움직일 때의 소리를 계획하는 청각 디자인도 포함된다.
행동 디자인
행동 디자인은 조형물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 반응에 대한 계획이다. 특정한 조형물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의 행동이 변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행동 디자인은 미시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행동반응을 계획하고, 거시적 차원에서는 집단이나 사회 전체의 행동반응을 계획한다.
복식을 통한 행동 디자인은 흔히 제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제복을 입힘으로써 소속감을 갖게 하고 사회성도 높일 수 있으며, 중, 고등학생에게 교복을 착용시킴으로써 학생다운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응원단의 붉은악마 티셔츠는 한국축구를 응원하는 단결 행동을 강화한다. 전통 복식인 한복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와 예절을 배울 수 있다. 복식을 통한 행동 디자인은 자아정체성이 덜 발달한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집단의 차원으로는 보면 종교인이 법의를 착용하여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행동을 숙연하게 하는 것, 또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제복을 착용함으로써 사회구성원 전체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위의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데, 그 이유는 조형물이 감각을 통하여 지각되고, 이것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시는 청각을 이용하여 들음으로써 감정이 움직이고, 힘찬 조각은 시각을 이용하여 봄으로써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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