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종교와 도덕
한 문화권 내의 지배적인 종교이념과 도덕관념은 인간의 행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복식의 형태도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종교적 이념
종교는 문화의 근본적인 바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이념은 인간의 사고나 생활양식을 통해 복식으로 표현되어 왔다. 특히 원시시대 인간의 복식은 종교와 미신적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으며, 종교가 인간이 복식을 착용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종교가 매우 중요했던 시대에는 종교이념이 복식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고딕 시대에서는 신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이념으로 높고 뾰족 건물을 만들었다. 동시에 높고 뾰족한 모자인 에넹(hennin), 길고 족한 신발인 풀랭(poulain)등을 만들었다. 물질을 죄악시하던 청교도 복식에는 장식이나 치장을 피하고 어둡고 간소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모슬렘 문화권의 여성 복식은 종교이념이 강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이다. 모슬렘 여성은 신체의 어느 일부도 남에게 보이지 않게 감싼다. 기후 조건으로는 매우 불합리한 복식의 형태다. 종교이념이 신체의 편안함보다 강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복식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처 여러 문화권에서 종교이념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에 큰 영향을 미쳐 복식의 형태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종교의 영향이 클수록 강하게 적용되었다.
도덕관념
사회의 도덕관념은 그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지는 복식의 형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사회의 도덕관념에 맞지 않는 복식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신체 노출에 대한 도덕관념은 복식에 형태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종교적 이념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에는 신체 노출이 극히 제한되었지만, 르네상스 이후에 도덕관념의 변화가 시작되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한 노출이 이루어져 왔다. 1920년대 여성의 사회진출과 초기 여성해방운동의 영향을 반영한 플래퍼룩(Flapper-look)과,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반영한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신체 노출의 획기적인 변화였다.
같은 시대여도 문화권에 따라 도덕관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도 미니스커트가 많이 전파되었으나, 핫팬츠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 노출과 더불어 여성의 바지 착용에 대한 관념이 변하게 되었다. 현대에는 타이트한 레깅스, 오프숄더, 크롭티, 등 다양한 노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언더 붑과 같은 적은 부위가 아닌, 남성처럼 여성의 완전한 가슴 노출은 하이패션에서는 자주 소개되지만, 도덕관념 때문에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2. 사회적 배경
복식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은 크게는 사회의 형태, 작게는 영향력 있는 개인까지 매우 다양하다. 복식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은 사회계층, 기술의 발달, 사건, 인물의 영향 등이 있다.
(1) 사회계층
인간이 복식을 착용한 동기 중 하나는 신분을 표현함으로써 우월감과 안정감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복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식은 사회계층과 신분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현대의 빠른 유행의 변화도 마찬가지로 사회 계층구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제도적 사회계층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출생에 의해 개인의 사회적 신분과 계층이 정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계층 간의 이동이 적고, 구분도 뚜했다. 봉건 사회에서는 계층에 따라 착용하는 복식의 형태가 다르고 엄격히 규제되며, 복식으로 신분이 뚜렷하게 표시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식에 의한 신분의 표시가 지켜지지 않을 때, 지배 계층은 복식금제령(Sumptuary Law)을 제정하였다. 중류 계층이 경제력을 가져 지배 계층의 복식을 모방하는 경우 지배 계층은 이것을 막기 위해 복식의 형태, 색, 재질을 규제하였다. 물론 복식금제령은 소비의 제한, 윤리와 도덕, 또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신분의 구별이었다.
다양한 문화권의 예를 찾아보면, 복식금제령은 주로 옷감, 색, 형태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는 골품제도에 따라 복식을 형태, 색채, 재료 등 여러 가지 면으로 규제하였다. 중국에서는 황후만이 노란색을 입도록 규제하였다. 로마 시대에는 직물과 색으로 신분을 나타냈는데, 농부는 한 가지 색, 관리는 두 가지 색, 지휘관은 세 가지 색, 왕족은 일곱 가지 색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며 그 중 보라색은 왕족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색을 통한 복식의 신분 표시라는 수단은 같지만, 구체적인 색채는 문화권에 따라 달랐다. 고딕 시대에는 풀랭(poulain)의 앞 끝 길이를 농부는 6인치, 왕족은 24인치로 규정하여 신분이 높을수록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위엄을 표시했다.
산업혁명 이루 경제력을 가진 중산층이 증가했고, 봉건제도가 붕괴하여 신분 계층이 사라졌다. 대신 과시적 소비에 의한 사회경제 계층의 표시가 나타나게 되었다. Veblen은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이러한 복식의 과시적소비를 경제적 과시, 과시적 낭비 등의 경제이론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의 부가 소수의 지배층에서 다수의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중류층의 생활양식이 동질화되면서 복식의 과시적, 상징적 사용이 감소하게 되었다.
사회이동 (Social Mobility)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란 집단 또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말한다. 사회적 기준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계층이 형성된다. 과거 원시사회에서는 힘이 세고 사냥을 잘하는 사람들이 높은 계층을 차지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동물의 뼈, 이빨, 뿔 등을 몸에 장식하였다. 출생에 의한 세습적 신분 계층제도가 사라진 현대에도 여전히 계층이 존재한다. 현대에는 경제력이 중요시되는 만큼 경제적 위치에 따른 계층 구분이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복식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우위를 표현하고자 한다. 경제력 이외에도 사회가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등장할 수 있다. 또 그 기준은 복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에는 사회경제적 계층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의 출생에 따른 계층처럼 정해져 있고 타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나 성공 여부에 따라 계층이동이 가능한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사회이동의 가능성은 평등, 성취,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와 함께 사람들이 강한 계층상승 욕구를 갖게 한다. 복식은 가시성이 높아 가장 먼저 모방하는 대상이 된다. 사회 안에서 복식의 모방과 동조현상은 유행 변화의 원동력이다. 사회이동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유행의 변화가 빠른 것이 이러한 이유이다. 반대로 사회이동이 불가능하거나, 계층이 전혀 없는 사회에서는 유행의 변화가 아주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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