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의 형태가 가능성과 순수한 아름다움에 따서만 결정된다면 인류의 복식은 어느 민족이나 시대에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복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고, 민족에 따라 달랐다. 이러한 복식 형태의 다양성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사회문화적 배경을 들 수 있다. 사회환경의 영향을 받아 복식 형태가 결정되며, 사회환경에 따라 복식 형태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복식 형태에 영향을 주는 사회환경 특성은 크게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화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종교, 관습, 예술, 도덕, 지식 등을 포함한다. 인간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기본이며, 한 사회 안에서 착용되는 복식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요인은 생활양식, 종교, 미의식, 도덕 등이 있다. 거시적 사회환경이 복식 형태의 큰 틀을 결정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미시적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복식 형태가 나타난다.
인류는 각자 주어진 자연환경 조건 안에서,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그들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최선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터득해 왔다. 터득한 삶의 방식은 세대를 거쳐 전수되면서 생활양식을 이루었으며, 곧 문화가 되었다. 복식의 형태와 착용법도 이러한 과정은 밟아 오랜 시간 전수되어 형성된 것으로, 생활양식의 일부이지 동시에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원시시대 인간이 착용하던 복식 형태는 자연환경,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 그리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따라 결정되었다. 각 종족은 세 가지 요인의 조건에 따라 각자 특유릐 복식 형태를 발전시켰다.
봉재의(tailored garment)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의이다. 동물의 가죽을 소재로 하여 재단하고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재단과 봉합의 과정 없이 동물의 가죽을 몸에 그대로 두르는 것이었으나, 후에 허리와 어깨를 끈으로 묶기 시작하였다. 원시시대 인간들은 곧 가죽을 몸에 맞는 형태로 만들면 편안하고 보온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재단과 봉합의 과정을 발전시켰다. 또한 단단하고 뻣뻣한 가죽을 부드럽게 가공하는 기술도 발전시켰다.
봉재의는 추운 지역의 자원이었던 동물의 가죽을 이용하여 발전되었다. 기원전 1만년 유물에서 뼈로 만든 바늘이 발견된 것을 통해 봉재의의 역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봉재의의 발달은 인류가 북방으로 생존영역을 넓히는 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다.
봉재의는 자연환경에 따라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두 조각의 모피를 어깨에 붙여 만든 남미의 판초. 여기에 팔을 붙인 미국 인디언 셔츠, 그리고 이것에 모자를 붙인 에스키모의 파카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권의(draped garment)는 직물을 직조하여 그대로 몸에 둘러 입는 형태이다. 권의의 발달은 직물이 생산되기 시작한 이후이며, 직물은 식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사육하여 나오는 수확물을 통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권의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 이후에 발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열대 지방 생활양식에서 발달했다. 그리스의 키톤(chiton), 로마의 토가(toga), 인도의 사리(sari), 이집트의 센티(schenti)가 대표적인 권의이다. 그리스의 키톤과 인도의 사리는 지역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권의의 공통점을 갖는다.
권의를 착용했던 민족들은 염색, 수, 직조 등의 기술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의복을 장식하였으며, 직물의 형태나 크기, 착용 방법 등의 변화를 주었다. 권의는 착용 시 만들어지는 주름의 위치와 크기 모양이 중요한 장식의 역할을 했다.
복합의(composite type garment)는 봉재의와 권의의 특징이 합쳐진 복식의 형태이다. 권의와 같이 직물을 짜서 봉재의와 같이 봉합하여 만들어진다. 복합의는 바늘을 사용하던 북방인과 접촉할 수 있었던 온대지방에서 주로 발달하였다. 복합의는 많은 재단을 하지 않고 직물의 직사각 형태를 그래도 따르며, 올의 방향을 따라 솔기를 구성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복합의는 전합의(caftan)와 통형의(tunic)로 나뉜다. 전합의는 앞부분을 두 쪽으로 구성되어 여밈을 갖는 형태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의 견생산문화권에서 발달했다. 깃, 사각의 넓은 소매, 앞여밈을 고정하는 허리띠가 존재하고, 한복은 옷고름이 특징이다.
통형의는 유럽지역에서 발달했다. 목둘레의 트임으로 입는 형태로 십자군 전쟁을 거친 후 단추가 달린 통형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시대와 문화권마다 다른 독특한 미의식, 미적 개념(aesthetic concept)이 존재한다. 미적 개념은 그 대, 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며, 모든 예술적 표현은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 때문에 같은 시대와 같은 문화권에서 이루어지는 복식, 건축, 음악, 미술 등의 예술에는 서로 유사한 아름다움이 표현된다.
역사적으로 복식을 통해 표현한 조형미가 시대에 따라 다른 것을 보았을 때, 복식을 통하여 추구하던 미적 개념이 시대별로 다르게 존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물과 복식은 규모와 신체와의 거리에 차이가 있지만, 인간을 둘러싸는 가까운 환경이라는 점과 미와 기능성이 조화된 조형예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런 이유로 건축과 복식은 역사적으로 항상 유사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고대의 그리스시대의 이오닉 키톤(Ionic Chiton)과 이오니아식 건축의 유사성과 도릭 키톤(Doric Chiton)과 도리아식 건축의 유사성, 현대의 1920년대 직선적 빌딩과 플래퍼룩(Flapper-look)의 유사성까지 수없이 많은 예를 꼽을 수 있다. 미술 사조에서도 역시 동일한 시대적 미의식이 표현되므로 미술사와 복식의 유사성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각 민족마다의 의상, 건축물, 미술작품을 통해 문화권이 갖는 추구하는 미와 미의식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문양, 중국의 색채, 태국의 곡선미 등은 그들의 미의식을 나타낸다. 한국에는 만곡선이 특징적으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만곡선도 건축물, 도자기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현대에는 문화교류가 활발하고 세계적으로 동질화되면서, 문화권별 미의식의 차이가 감소하였다. 현대의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유행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에는 문화권 보다 현대의 시대적 특징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문화권 내의 지배적인 종교이념과 도덕관념은 인간의 행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복식의 형태도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종교는 문화의 근본적인 바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이념은 인간의 사고나 생활양식을 통해 복식으로 표현되어 왔다. 특히 원시시대 인간의 복식은 종교와 미신적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으며, 종교가 인간이 복식을 착용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종교가 매우 중요했던 시대에는 종교이념이 복식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고딕 시대에서는 신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이념으로 높고 뾰족 건물을 만들었다. 동시에 높고 뾰족한 모자인 에넹(hennin), 길고 족한 신발인 풀랭(poulain)등을 만들었다. 물질을 죄악시하던 청교도 복식에는 장식이나 치장을 피하고 어둡고 간소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사회의 도덕관념은 그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지는 복식의 형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사회의 도덕관념에 맞지 않는 복식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신체 노출에 대한 도덕관념은 복식에 형태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종교적 이념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에는 신체 노출이 극히 제한되었지만, 르네상스 이후에 도덕관념의 변화가 시작되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한 노출이 이루어져 왔다. 1920년대 여성의 사회진출과 초기 여성해방운동의 영향을 반영한 플래퍼룩(Flapper-look)과,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반영한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신체 노출의 획기적인 변화였다.
같은 시대여도 문화권에 따라 도덕관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도 미니스커트가 많이 전파되었으나, 핫팬츠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 노출과 더불어 여성의 바지 착용에 대한 관념이 변하게 되었다. 현대에는 타이트한 레깅스, 오프숄더, 크롭티, 등 다양한 노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언더 붑과 같은 적은 부위가 아닌, 남성처럼 여성의 완전한 가슴 노출은 하이패션에서는 자주 소개되지만, 도덕관념 때문에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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