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복식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착용자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는 디자인일 것이다. 착용자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복식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복식을 착용하게 된 동기를 알면 현대 복식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훌륭한 복식디자인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복식은 다른 유물과는 다르게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 소멸이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복식의 기원은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추측하기로 인류 최초의 복식은 지금으로부터 50~10만 년 전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4~1만 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 유물에 따르면 복식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도구들과 뼈와 상아를 이용하여 만든 바늘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만들어진 바늘은 매우 정교하여 몸에 맞는 복식이 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인류가 복식을 착용하게 된 이유는 필요, 두려움, 욕구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복식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신체에 털이 덮여있지도 않고, 강한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신체를 보호할 수단을 스스로 찾아내야 했을 것이다.
기후로부터, 특히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은 복식 착용의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강한 동기였을 것이다.
원시시대 인간들은 동물이 추위 속에서도 생존하는 이유를 그들의 털과 가죽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들도 같은 방법으로 추위를 막아보려 했을 것이다. 복식을 착용함으로써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었음이 인류가 북방으로 생존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된다.
한편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강한 태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복식이 발달하였다. 북아프리카 지방에서는 여러 겹의 얇은 옷감으로 된 민속 복식이 발달하였는데, 여러 겹의 옷감 사이의 공기층이 태양열과 태양광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후로부터의 신체 보호만으로는 인류의 복식 착용 동기를 설명하기 힘들다. 기후가 온화하여 의복이 발달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도 의복은 발달한다. 반면에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도 의복 없이 생활한 경우도 발견된다. 남미에 살던 오니와 알라 칼 루프 인디언들은 추운 자연환경에도 의복을 입지 않고 라마 가죽 하나와 몸의 기름칠만을 이용하여 자연환경에 신체를 적응시키며 생활하였다. 이들은 옷감을 주어도 잘라서 발목이나 허리 장식으로 이용할 뿐이었고, 후에 선교사가 의복을 입도록 도왔으나 인디언들은 의복 관리가 익숙하지 못했고, 젖은 의복을 그대로 착용하여 폐렴과 결핵을 앓고 거의 멸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후로부터의 신체 보호는 복식 착용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던 것은 틀림없으나, 위와 같은 사례로 보아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원시시대 인간이 살아가던 환경에는 많은 위험이 존재하였으며,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복식을 착용하였다. 병을 옮기거나, 흡혈하거나, 독을 가진 동식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몸에 진흙을 바르고, 짚으로 만든 스커트나 통이 좁은 바지 착용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한 사냥을 나갈 때는 위장과 보호를 위해 풀잎과 가죽을 착용하였다. 농경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이후에는 일의 종류에 따라 의복을 다르게 착용하게 되었고, 이것은 후에 역할에 따라 다른 복식 형태를 가지게 되는 근원이 된다.
자연환경 및 사회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미신적 기대와 우월감을 표현하려는 욕구 또한 복식을 착용하게 된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였다.
원시시대 인간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불확실 성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신적 기대, 토테미즘(totemism)으로 복식을 이용하였다. 동물의 뼈나 이빨을 몸에 걸고 다니면 동물의 힘이 자신에게 옮겨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또한 부적의 효과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이러한 복식은 착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기능을 하였다. 한국의 전통 복식에서도 미신적 기대가 담긴 복식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도 복식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테러리즘이라고 한다. 복식을 통하여 힘을 얻고 상대를 위압하여 승리를 기원한다.
매슬로(Maslow)의 욕구 이론처럼 복식도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한 복식으로 시작되었고, 생존에 필요한 신체적 심리적인 욕구가 충족되자,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복식이 나타났다. 원시시대 인간들은 동물의 가죽, 뼈, 이빨 등으로 신체를 장식하였는데, 사냥이 중요한 생존 수단이었을 당시에는 사냥감에서 얻는 이빨과 같은 것은 자신의 용맹을 과시할 가장 상징적인 표현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처 자신의 힘, 우월성, 능력을 과시하는 것을 복식의 트로피즘(tropism)이라고 한다.
개인의 우월성을 표현하는 것 아니라, 가문을 표현하는 문양을 만들어 의복에 넣어 소속감과 집단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사용되었다. 위와 같은 복식의 트로피즘은 현대에도 명품과 같은 모습으로 잘 보인다.
성인식, 결혼, 출산, 장례 등과 같은 특별한 의식을 위하여 원시시대 인간들은 특별한 장식과 특별한 의복을 착용하였다. 복식을 통하여 의식의 참여자들끼리 심리적 공감과 유대감을 일으키고 의식의 위엄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행동은 현대까지 계속되어 현대에도 졸업, 결혼, 장례 등에 특별한 복식을 착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숙성설(The theory of modesty)과 비정숙성설(The theory of immodesty)은 상반된 측면에서 인류의 복식 착용의 동기를 설명한다.
정숙성설은 성경에 근거한 주장으로 신체의 수치심 때문에 복식 착용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옷을 입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신체를 가리기 위함이지만, 대부분의 학자 인류의 복식 착용의 동기가 정숙성 때문이라는 주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학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유는, 정숙성을 본능이 아니라 관습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나체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으며, 아직도 세상에는 신체를 노출하는 것에 수치심을 갖지 않는 종족도 있다. 또한 정숙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도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되는 신체 부위가 다양하다. 현대 여성이 편하게 노출하는 다리도 과거 역사 속에서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해야 하는 부위였다. 정숙성의 기준은 매우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경우도 있다. 젊은이에게 허용되는 노출이 중년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비정숙성설은 정숙성설과 반대로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시하고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관습화되어 복식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원시시대 인간들은 생식을 중요시 생각한 만큼 생식과 관련된 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만큼 생식에 관련된 신체 부위를 과시하려 했다. 종족의 유지와 번영에 대한 원시시대 인간의 욕구는 몸을 과장한 유물, 그리고 남성의 사타구니 장식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식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이 신체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식하고, 그로 인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욕망인 일명 자기도취증(narcissism)을 가장 근본적인 동기라고 말다. 인간은 엄청난 신체적인 고통을 감당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신체를 장식해 왔다. 지구상에 의복이 없는 종족은 있다. 하지만 신체 장식이 없는 종족은 없다. 신체 장식은 문신처럼 몸에 직접 장식하는 방법, 장신구를 이용하는 방법, 의복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존재해 왔으며, 생활에 여유가 있는 현대에는 신체 장식 욕구가 더 강하게 존재한다. 현대인들은 성형, 메이크업, 헤어, 액세서리, 문 등의 수많은 방법을 이용해 신체를 장식하고 있다.
인간이 신체상에 장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채색, 상흔, 제거, 변형, 문신이 있다. 먼저 채색은 모든 문화권과 수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장식의 목적으로 채색할 경우에는 대부분 본인의 피부색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채색하였다. 입술과 같은 붉은 기운이 도는 부분은 더 붉게 보이도록 칠하고, 본인의 피부색과 대비되는 색을 바름으로 피부색을 더욱 강조하였다. 장례식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전신을 채색하는 경우도 있다.
상흔은 상처를 만들고 흉터를 남겨 신체를 장식하는 방법이다. 호주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애용되던 방법이다.
제거는 말 그대로 신체의 일부를 제거하여 장식하는 방법이다. 턱과 코에 구멍을 뚫거나 치아를 뽑고, 손마디를 제거한다. 제거에 의한 장식은 남성에게 많이 적용되었다. 구멍을 내는 장식 방법은 현대에도 피어싱(piercing)이라는 이름으로 애용되고 있다.
변형은 주로 코, 귓불, 입술, 발, 허리, 머리 등에 이루어졌다. 입술과 귀는 잡아당기거나 무거운 것을 달아 길게 늘여 변형시키고, 목은 수많은 목걸이를 끼워 길게 변형시켰다. 머리는 어릴 때 압력을 가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켰다. 발은 중국의 전족을 예로 들 수 있다. 변형을 통한 장식은 주로 여성에게 많이 적용되었다.
문신은 피부밑으로 염료를 넣어 영구적인 무늬를 만드는 방법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며, 현대에도 영구적인 화장부터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 또는 연대감이나 상징의 목적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체 과시 욕구로 인해 인간은 신체를 아름답고 과장되게 보이도록 장식과 의복을 이용하였다. 하지만 점차 신체 장식의 수단이었던 복식으로 흥미가 옮겨갔으며, 나체 과시 욕구는 감소하게 되었다. 나체 과시 욕구에서 복식으로의 흥미 전이는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며, 현대에서 신체 노출은 강한 장식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복식을 통한 장식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특별한 욕구를 반영한 장식 방법에는 수직적 강조와 면적의 강조가 있다.
수직적 강조를 통한 장식은 머리 위를 높이 장식하거나 수직선을 이용하여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장식이다. 키를 크게 보이기 위한 장식으로, 위엄과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담겨있다. 영국의 경비병의 높은 모자와 한국의 가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면적의 강조는 신체를 크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위엄과 힘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용되었다. 지위가 높을수록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복식을 착용했다.
복식을 통한 장식은 대부분 신체의 전체적인 형태와 상관없이 특정 부위를 강조하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목적으로 복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전체의 한 부분에만 한정되는 장식은 예술적인 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있다.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복식디자인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복식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위와 같은 것들만 아니라 남녀가 서로 이성을 끌기 위한 동기에서 옷이 발전했을 것이라는 이성 흡인설, 종족 보존설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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